잊혀질 뻔한 한국현대미술사 속 원계홍 화백 조명하기
성곡미술관은 올해로 원계홍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한국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원계홍 화백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흐릿하게 지워져 가는 그의 업적들을 다시 복원하여 알리기 위한 《그 너머_ 원계홍 탄생(元桂泓, 1923-1980) 100주년 기념》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회화 작품 100여 점으로 구성되며, 평소 원계홍 작가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던 오광수 관장과 한국현대미술사가인 김현숙 박사가 한국현대미술사 속에서 원계홍의 위상을 확인하고, 그의 작품 세계와 그 가치에 대해 우리에게 피력한다.
원계홍
1923년에 태어나 1940년대 초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로 건너간 원계홍은 일본 주오대학의 경제과에 입학했으나, 경제학보다는 미술이 좋아 마침 유럽에서 유학한 이노쿠마 겐이치로(Inokuma Genichiro, 1902-1993) 작가가 운영하는 사설 미술아카데미에서 회화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서울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아틀리에에 홀로 파묻혀 그림을 그리고, 일본에서 보고 배운 세잔, 클레, 칸딘스키 같은 작가들의 미술이론 등 서양의 현대미술론을 스스로 파고들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일구기 위한 고독한 연구에 몰두하였다. 원계홍은 가정을 꾸린 후에도 그림 그리기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그가 이루고자 하는 예술세계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마침내 원계홍은 1978년 11월 그의 나이 55세에 공간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화가로서 자신감을 얻은 작가는 이듬해인 1979년 공간 화랑에서 제2회 개인전을 열었고, 1980년 제3회 중앙미술대전의 초대작가로 작품을 출품했다. 이후 원계홍은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가 그해 12월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안타까운 타계 이후 1984년 6월 서울의 공창화랑에서 <원계홍 유작전>이, 1989년 7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원계홍 회고전>이, 이어서 1990년 12월 공간 화랑에서 <원계홍 유작전>이 열렸다. 원계홍 화백의 작품은 주로 1970년대에 작업한 10호 내외의 유화이다. 이 작품들은 골목 풍경과 정물화가 주를 이루며, 나머지는 인물화와 추상화, 그리고 드로잉 등이다. 그중에서도 1970년대 말 작업한 ‘골목 풍경 연작’은 한국의 경제개발 이전 서울 변두리의 뒷골목을 단순하고 명쾌한 필치로 그려냈다. 이때 텅 빈 골목길은 사실 묘사에 충실하기보다는 원계홍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세잔의 풍경화처럼 단순한 기하학적 구성과 명료하고 순도 높은 색채로 표현되었다. 오늘날 원계홍 화백을 이렇게 다시 마주할 수 있게 해 준 공로는 일찌감치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깊은 공감력을 가졌던 소장가 윤영주와 김태섭에게 있다. 미술 애호가였던 두 소장가는 탁월한 안목으로 일찍이 원계홍 작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작품들을 수집하고, 소장함으로써 이름 없이 먼지처럼 흩어져 버릴 뻔했던 작가와 작품을 보호했다. 미술계의 기인이자 외골수였던 원계홍은 이 두 미술 애호가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다시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었다.
전시연계프로그램
성곡미술관이 이번 원계홍 전시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3회의 첼로연주회와 2번의 특별강연을 진행한다. 첫번째로 진행되었던 윤해원의 <바하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 첼로 연주회는 2023년 3월 16일 오후 5시에 성곡미술관에서 이미 마무리가 되었다. 두번째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김현숙 한국현대미술사학자의 특별 강연이다. <잊혀진 화가, 원계홍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이번 강연은 1970년대 전후의 사회적 상황과 미술사적 흐름 속에서 원계홍 화백의 정물화와 풍경화가 지닌 의의를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4월 8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성곡미술관에서 진행되며 선착순 80명으로 사전에 참가신청을 받았다. 4월 5일까지 성곡미술관 공식홈페이지에서 추가신청을 받고 4월 6일에 참여자 발표를 문자로 안내한다. 참가비는 1만원으로 전시관람비가 포함되어 있다. 세번째로 4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첼로 연주회가 예정되어 있다. 네번째로는 김상엽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특임연구관 특별 강연이다. <한국 근대 컬렉터와 컬렉션의 문화사>라는 주제로 4월 22일 토요일 오후 2시에 강연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는 5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첼로 연주회가 예정되어 있다. 자세한 사항 및 공지사항은 성곡미술관 공식홈페이지에서 참고하면 된다.
성곡미술관
성곡미술문화재단의 성곡미술관은 1995년에 쌍용그룹의 창업주인 성곡(省谷) 김성곤(金成坤, 1913~1975) 선생이 현대미술의 발전과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사립미술관이다. 주로 미술 현장 중심의 주제전과 현대미술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개인전, 국제전 등을 개최한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작가 지원을 위한 ‘성곡내일의작가’상을 이어 오며 신진 작가 발굴에 이바지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한국중견작가초대전’을 주기적으로 기획해 중견 예술가가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실적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시도를 펼칠 수 있는 기회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성곡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2023년 3월 16일부터 5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에 위치한 성곡미술관 1관(제 1, 2, 3 전시실)에서 개최되고 있다. 관람시간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마감은 오후 5시 30분에 한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목요일부터 일요일에 오후 2시, 오후 4시에 진행되고 있다. 성곡미술관 공식홈페이지에서 전시리플릿을 다운받아 감상할 때 참고할 수 있다. 문의는 02-737-7650으로 전화하거나 info@sungkokmuseum.org로 이메일로 문의 가능하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