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영국 화가 데일 루이스의 달콤한 듯 쌉싸름한 전시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4월 22일까지 개최된다. 코로나 19 시대 도시의 초상을 담은 신작 20여 점을 전시한다. 판타지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 직접 보고 겪은 사실들은 데일 루이스만의 우화적 리얼리즘으로 캔버스 위에서 재탄생했다. 작가는 우리 삶에 분명 존재하지만 종종 방관과 부정의 대상이 되는 다양한 사회적 부패를 강조하고 현대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상반되는 이념 등의 요소를 조명한다.
데일 루이스 DALE LEWIS 작가 소개
1980년에 태어난 데일 루이스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데일 루이스는 산업 노동자 계급 마을에서 자랐다. 유년시절 할머니와 같이 살던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어린 나이였을 때 어떤 것을 그려야하는지 몰라 할머니에게 영감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지금 네 앞에 보이는 것을 그리렴."이라고 답해주었다. 현재 작가의 작업 스타일이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유년시절에 그린 할머니 그림이 많다. 피카소의 작업들이 담긴 책들이 있었는데 작가는 그것들을 훑어보고 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고 한다. 2002년 런던 길드홀에서 미술학사, 2006년 브라이튼에서 미술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에 데미안 허스트의 조수로 2년, 라킵쇼의 조수로 4년 반동안 일했다. 현재 루이스는 일상에서 직접 목격한 상황을 회화를 통해 화폭에 펼쳐놓는데 아주 섬뜩하고 길쭉하고 끔찍하면서도 호기심을 일으키는 장면들을 담아낸다. 작가의 눈에 비친 도시는 향락과 폭력, 불평등이 가득한 곳이다. 그는 "도시는, 여러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각적으로 얼굴을 숨기고 끊임없이 숨길 곳을 생성시키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사회적 문제들을 추상적으로 인지하며 그것을 본인이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잊은 채 살아간다. 이처럼 순진함과 천진난만함으로 포장되어 있는 도시에는 어두운 간극이 존재하고, 빈곤과 가난이 얼룩져있어 풍자적 요소가 풍부하다. 데일 루이스는 인간과 세계의 모순성, 도시가 갖고 있는 양면성과 부조리함, 혼란과 무질서, 사회에 관한 냉소를 역설적으로 카니발적인 분위기로 뿜어내는 블랙코미디 같은 그림을 그린다.
"나는 눈으로 본 것만 그린다.
나 스스로는 이 그림이 폭력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폭력을 과장하지 않고 그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습들이 낯설다면
어딜가나 흔히 존재하는 빈부격차가 인지되지 못하는 것이다."
- 데일 루이스
스윗 앤 사워(SWEET AND SOUR) 전시 소개
초이앤초이 갤러리가 영국 화가 데일 루이스의 개인전 '스윗 앤 사워(SWEET AND SOUR)'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6년 초이앤초이 갤러리의 서울 갤러리 개관전으로 열렸던 ‘홉 스트릿트(HOPE STREET)'에 이은 두 번째 국내 개인전이다. 작가는 직접 목격한 상황들을 바탕으로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을 광란의 스테이지로 구축한다. Flat Iron (2023) 속 뉴욕 레스토랑의 성난 매니저는 사나운 광견인간의 얼굴로 탈바꿈하고, Weeds (2023)에 등장하는 가난한 노숙자 청년은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허영심이 가득한 체면치레와 가난에 찌든 모습의 대조는 루이스의 작업에 꾸준히 등장하는 모티브 중 하나로, 작품의 제목 또한 줄곧 간과되지만 우리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빈곤과 빈부격차,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꾸준한 노력을 암시한다. 작가는 사회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분석을 바탕으로 과장된 환상과 사회적 사실주의가 뒤섞인 우화적 내러티브를 만들어 간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을 때 이러한 위기에 대한 소위 "해결책"은 부와 권력이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삶의 질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Shells (2022)와 Flat Iron (2023) 두 작품은 이러한 '우리와 그들' 사이의 이분법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며, 고급 레스토랑의 부유한 손님들의 소외층을 향한 공격적인 태도를 묘사한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십자가 책형’ 삼면화에서 영감을 받은 Flat Iron 속 노숙자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폭력은 방관하는 손님들의 무관심한 태도에 의해 더욱 심화되어 지위적 차이를 강조한다. 야만성은 모든 이들 안에 존재하지만, 그에 대한 죗값은 재물과 지위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소외층만이 묻게 된다. 이러한 구분법의 허무함은 Smoking Kills(2023)에서 새롭게 다뤄진다. 작가가 미국 여행 중 묵었던 마이애미 호텔의 근처에서 파티를 즐기던 손님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그려진 이 작품은 중세 시대 흑사병을 묘사한 판화들, 왕과 왕비가 죽음을 암시하는 해골과 함께 그려지는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이 그림은 영생을 보장받은 듯 자신은 죽음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줄곧 믿는 인간의 안이한 믿음을 농간한다. 작품의 제목은 담뱃갑에 인쇄된 경고 메시지를 가리키는 말장난으로, 클럽 밖에서 담배를 피우다 돌발적인 폭행에 죽음을 맞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가리킨다. 시신 옆에 서 있는 붉은 VIP 벨벳 로프는 물리적인 장벽이자 은유적인 보호막으로 자신 안쪽에 있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거짓된 안심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일련의 작품들은 Tea and Toast (2023)로 마무리된다. 최근 수술을 위해 병원에서 지낸 작가의 일화를 담은 이 두 패널 작품 속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런던 병원의 다문화적 면모를 담는다. 작가는 의료 종사자들과 환자들 사이 비몽사몽한 모습으로 중앙에 누워있는 자신을 그리며 수술 후 마취 기운에 흐릿한 기억을 의식의 흐름 같은 그림으로 재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에 가까워지는 불안한 순간들을 외면하고자 하는 반면, 작가는 의도적으로 낯선 이들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공포를 대면하려 한다. 인간의 무능력함에 직면하는 이 순간, 작가는 상반된 세계가 서로 어우러짐을 느끼려 한다. 그것은 기쁨과 공포, 달콤함과 쌉싸름함, 삶과 죽음의 세계이다.
이번 전시는 2023년 3월 10일부터 4월 22일까지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서울 종로구 팔판길 42에 위치해 있다. 전시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이며 예약도 가능하다.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문의는 070-7739-8808, info@choiandchoi.com 으로 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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