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공간 : 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비움(Reflective Space : Void Towards The Realm of The Mind)
김인겸, 김동형, 정민희 3인전이 강남 비비안초이갤러리에서 4월 14일까지 개최된다. 휴관일인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비비안초이갤러리
비비안초이갤러리는 세계 전역의 역량있는 작가들을 발굴하여 시대의 흐름과 문화적 맥락에 호응하는 전시를 기획함은 물론 국제 예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한국 미술이 국제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예술공간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2017년 용산구 이태원동에 설립되었다. 개관부터 뉴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장르에서 활동하는 신진 아티스트들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비비안초이 갤러리는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혁신적인 뉴미디어와 함께 디자인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품들을 소개하여 일상이 예술이 되는 창의적인 문화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2022년 5월 청담동 도산대로로 이전한 비비안초이갤러리 청담은 세계 곳곳의 유능한 작가들을 발굴하여 미술관, 해외문화원 등 다양한 국제문화기관과 직접 연계하고 협력함으로써 한국 작가와 해외 작가들이 국제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고 작가인 김인겸과 MZ 세대 김동형, 정민희 작가의 3인전이다. 예술 행위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세 작가는 작품 창작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새로운 가치를 담아 자기 성찰이라는 정신적 영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창작의 의미를 찾는다. "그림에서 그리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지우는 것도 모두 표현이다."라고 했던 김인겸 작가의 말처럼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은 김인겸, 김동형, 정민희 세 작가의 3인전 "사유의 공간 : 정신적 영역으로 열어가는 비움(Reflective Space : Void Towards The Realm of The Mind"를 통해 관념화된 틀을 지워내는 만큼 작품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음을 느껴볼 수 있다.
3인전
김인겸
“저는 작품의 영혼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작품에서 육성이라는 것은 장식성이라든가, 어떤 모양, 표피적인 미감 등의 요소를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가능한 이러한 요소들을 내려놓음으로써 육성을 제거해 버리면
남는 것이 정신성, 영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질은 유한한 것이고 정신은 무한한 것이니까,
저는 유한한 것에서 무한한 것으로 가는 이러한 세계에 관심이 있습니다.”
-김인겸 (1945 – 2018)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었던 김인겸은 1996년 한국 작가 최초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아틀리에 입주 작가로 초청받았다. 조각가인 그는 그곳에서 작품 재료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스퀴지를 이용한 드로잉 작업을 시도하며 작품세계를 확장하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작가 특유의 평면 조각을 2차원의 종이에 옮겨 놓은 듯 평면 위에서 투명하고 맑은 공간을 표현하는 드로잉은 공간의 전통적인 개념을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품 제목인 ‘Space-Less’는 공간 개념을 없앴다는 것이며 조각이 지닌 물성, 입체성, 공간성을 동시에 초월해 보려는 작가적 신념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한성(無限性) 과도 통한다. 평면 위에 투명하고 밝은 공간을 표현하는 김인겸의 드로잉은 2차원의 평면 위에서 면의 분할로 공간을 창출하며 초공간적인 새로운 감각을 제시한다. 김인겸 작가는 “작품은 남기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추진해가고 있는 작가의 정신적인 움직임과 판단, 행위 자체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라고 믿었기에 작업의 시작과 과정을 중요시했다.
김동형
김동형은 2017년 도솔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건축 일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건축 현장을 접한 김동형은 오래된 건축 벽면에 남은 균열이나 혹은 녹슨 현상들을 통해서 세월의 흔적이 건축 벽면에 축적된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확장해 자연과 인위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김동형 작가는 인위적 재료인 아크릴릭필러와 같은 건축용 자재를 사용하여 먼저 캔버스에 질감을 조성한다. 그 위에 자연의 재료인 한지를 덮어서 거친 질감을 중화시키고 선긋기를 반복하거나 여러 겹의 색 층을 올린다. 이후 작가는 흰 물감으로 작업의 모든 과정을 지우는 수행을 반복하는데 작품 창작의 인고의 과정을 흰색으로 덮어가며 이미 그린 그림을 다시 지우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 동양화를 전공했던 영향인지 동양화의 대표적 특성인 여백을 ‘지우는 행위’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작품을 그리고 다시 지우는 모순된 방식은 김동형 작품의 근본적인 논리를 대변한다. 세월의 흐름으로 마모되고 해체되어 질감과 물성만 남은 건축 벽면의 흔적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노력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정민희
정민희는 2022년 겸재정선미술관의 '겸재 내일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붓질'이라는 근원적 예술 행위를 기반으로 삶 속에서 겪은 심리적 경험들을 강렬한 색의 에너지로 표현하는 정민희 작가는 소외되는 일상적 공간 속에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 관계와 구조가 공간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 관찰한다. 관찰은 ‘산책하기’와 ‘수집하기’의 행위로 이어지는데 인위적 자연(도시공원의 숲 같은)에서 보이는 자연의 패턴을 수집한다. 그 패턴은 일정한 듯 보이지만 무질서하고 연결된 듯하지만 도시라는 제한된 생태계에서 끊어진다. 연결되고 끊어지는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의 패턴을 힘차고 자연분방한 붓질로 캔버스에 담는다. 작가는 이를 '실천'이라고 표현하는데 익숙하게 살고 있는 공간에서 낯설게 다가오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찾은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은 외부적으로 발생되는 소외와 그로 인한 불안을 극복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자본주의 사회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모자란 자연을 가지고 확대하고 축소하며 정원을 가꾸듯 가상의 정원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 사회 구조 속에서 ‘쓸모’란 무엇인지, 작가로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쓸모 있는 행동인지 그리고 그 쓸모를 위해 희생당하고 소외되고 버려지는 것들의 쓰임새를 다시 생각한다. 불안의 현실 속에서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는 행위를 계속해 나간다.”
-정민희 작가 노트 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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