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노니머스 프로젝트 : 우리가 멈췄던 순간들
영상 디렉터 리 슐만이 수집한 필름 슬라이드를 선보이는 어노니머스 프로젝트가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6월 6일까지 개최된다. 그의 인터뷰 내레이션이 전시와 함께 나온다.
당신은 오늘 어떤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멈췄나요?
이름 모를 사람들이 남긴 순간들에서
당신의 추억과 기억이 되살아날 거예요.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The Anonymous Project는 디렉터 리 슐만이 수집한 80만 장의 컬러 필름 슬라이드 컬렉션이다. 그가 우연히 빈티지 마켓에서 코다크롬 필름 슬라이드 한 상자를 구매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아마추어 사진 컬렉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 주로 미국과 영국에서 이름 모를 이들이 각자의 필름 속에 담은 일상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노니머스라는 프로젝트 명처럼 누가 언제 어디서 사진을 촬영했는지 보다 촬영자가 셔터를 누르게 만든 순간과 동기를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하는 전시다. 이 일상적인 사진들은 가족, 친구,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촬영했기 때문에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애정이 듬뿍 묻어 있다. 사진 속 배경은 한국 관람객들과 자라온 시대, 국가는 다르겠지만 전시를 관람하면서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생일 파티, 여행 같은 모두가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순간들의 감정은 같기 때문이다. 테마 1의 제목은 A Story begins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특별하고 정교한 '기술'이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좋은 장비 그리고 복잡한 기술을 동원해야만 촬영할 수 있는 '좋은 사진' 말이죠. 하지만 사진에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아름다운 요소는 촬영자와 피사체 간의 관계의 있습니다."라는 리 슐만의 말로 시작된다.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을 다루고 있는 첫 테마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야기부터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 인생의 크고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필름 슬라이드를 직접 확대경으로 볼 수 있다. 테마 2의 제목은 Before the instagram Era이다. 두 번째 테마에서는 인류 최초의 소셜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한 사진의 보편성과 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스타그램 이전 시대의 도구로서 사진을 엿볼 수 있다. 테마 3의 제목은 The Moments We Paused이다. 마지막 테마는 보편적인 일상을 통해 이름 모를 누군가와 관람객들이 시공간을 넘어서 따뜻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쩌면 사진은 인류가 개발한 기술 중 가장 다정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디렉터 리 슐만
영국 런던 출생의 리 슐만은 웨스트민스터 대학교 예술학부를 졸업하고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글로벌 브랜드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영상 디렉터로 활동해 왔다. 열정적인 아트 컬렉터, 전시 큐레이터로도 활발하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리슐만은 이 프로젝트에서 피사체와 촬영자 간의 친밀한 관계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인 순간을 강조한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 <미드센추리 메모리즈> 독일 유명출판사 타셴에서 출간되어 더 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사진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출판된 <데자뷔>는 리 슐만이 수집한 사진들과 매그넘 소속 유면 포토그래퍼 마틴 파의 사진을 마주 놓은 편집 구성으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사진의 크기를 조정하고 색감을 보정하는 등 촬영한 사진의 모든 것을 편집할 수 있는 요즘과 달리, 카메라에 필름을 장착하고 자기가 바라보는 그대로를 프레임에 담아낸 그 시절의 가장 솔직한 사진들, 그것이 바로 이 슬라이드 사진이 지닌 아름다움이고 내가 사랑하는 불완전한 것들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모두에게 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며 느끼는 이 행복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인류 전체가 회상하고 상기하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기술은 변해도 우리에게 그런 휴머니티를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정서는 아직도 남아 있거든요."라고 인터뷰를 했다.
사진은 우리 인생 이야기입니다.
저는 사진의 접근성과 보편성을 사랑합니다.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집단적 기억으로서 역할을 계속하게 되겠죠.
저는 이 컬렉션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즐거움도 느껴요.
- 리 슐만
그라운드시소
MAKE INSPIRATION REAL. 그라운드시소는 국내외 다양한 문화예술 IP로 전시를 제작, 소개하는 전시 플랫폼이다. 그라운드시소는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전시를 볼까? 세상에 멋지고 재밌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서도 전시장을 찾는 데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까? 그라운드시소는 작품이 뿜어내는 예술적 영감, 실체적 공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작품 너머로 알게 되는 타인의 세계관까지, 전시는 사람들을 익숙하고 평범한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 영감, 인사이트를 얻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라운드시소는 자신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완벽한 하루를 꿈꾸고 발전을 위해 예술을 기꺼이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누군가의 예술적 영감이나 나의 영감이 되는 즐거움, 내가 느낀 영감을 또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느끼는 뿌듯함을 선물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라운드시소는 모두의 영감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
디렉터 리 슐만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전시는 2022년 11월 25일부터 2023년 6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6길 18-8에 위치한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진행된다.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걸린다. 휴관일인 매월 첫번째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입장 및 매표소 마감은 오후 6시이다. 전시문의는 1522-1796로, 토/일/공휴일 그리고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점심시간인 오후 12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을 제외하고 가능하다. 주차공간이 따로 없어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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