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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우환 개인전 전시설명 국제갤러리 서울 무료전시 사전예약

by 고요우주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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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든 조각들을 '관계항'이라 명한 이우환 화백, 관객을 관계항으로서 직접 개입하게 하는 전시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서울은 12년 만에 국내 개인전을 선보이는 이우환의 전시를 5월 28일까지 개최한다. 관계항 연작 조각 6점과 드로잉 4점을 선보이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나 사전예약을 필수로 해야한다. 

이우환 개인전(국제갤러리 서울)

이우환

이우환은 1936년 대한민국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한국전쟁기에 서울대학교 미술학부에 진학하였으나 학업을 마치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가 1961년 니혼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당시를 풍미한 프랑스 현상학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이후 줄곧 동아시아와 유럽 사상의 연결을 추구하였고, 실제 동서 문화를 오가며 의식적으로, 구조적으로 상호 참조하는 활동들을 이어왔다. 1960년대 후반의 전위적 미술운동인 모노하를 주도한 이우환은 이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였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물, 물질 그 자체를 예술 언어로 활용하고자 한 모노하 운동은 1970년대까지 일본 미술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이론적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우환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미술상(2000), 일본세계문화상(2001) 등 국내외의 여러 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베를린 국립미술관(1982), 벨기에 왕립미술관(2008),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2011), 파리 베르사유 궁전(2014), 파리 퐁피두 메츠 센터(2019), 뉴욕 미술관 디아 비컨(2019)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진 바 있으며, 그 밖에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2007)와 제14회 리옹비엔날레 특별전(2017)에 초대되었다. 한편 2022년에는 고베의 효고현립미술관과 도쿄 국립신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였다. 현재 이우환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현시대가 신이나 '인간'이라는 망령 그리고 정보라는 망령한테 홀려서 맥을 쓸 수 없습니다. 이 망령이 전 세계, 어쩌면 우주론까지 뒤덮으려고 하고 있어요. 가상현실은 신체일 수도 없고, 손에 닿지도 않고,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 실체나 외부가 없는 닫혀진 세계입니다. 이제 우리는 망령된 ‘인간’을 넘어서 ‘개체로서의 나’와 외부와의 관계적인 존재로 재생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만남이 중요한 것이지요. 나의 작품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독특한 신체성을 띠고 있으며, 대상 그 자체도 아니고 정보 그 자체도 아닌, 이쪽과 저쪽이 보이게끔 열린 문, 즉 매개항입니다. 다시 말하면 나와 타자가,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장소가 작품이고 이것은 새로운 리얼리티의 제시입니다."
– 이우환

전시설명

1관에 설치된 신작 <Relatum - The Kiss(2023)>를 통해 작가는 의인화된 은유의 예시를 보여준다. 작품의 부제인 ‘키스’로 각각이 사람임을 암시하고 있는 두 개의 돌이 조우하며 접점을 만들고, 각각의 돌을 둘러싼 두 개의 쇠사슬 또한 포개어지고 교차하면서 교집합의 양상을 만들어낸다. 두 돌이 접촉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쇠사슬의 방향성은 그를 대표하는 회화 연작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강한 역동성을 불러온다. 그는 과거에도 의인화된 은유를 적극 도입한 바 있는데, 1986년에 제작한 <Relatum - Lover>는 두 개의 돌이 그들을 받치고 있는 철판에 의한 경계를 극복하려는 듯이 서로를 향하고 염원하는 형국을 표현하였다. 작가에게 이 같은 일종의 트릭은 작품에 미적 요소를 더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표현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는 하나의 현상이기에 현실이나 일상을 일깨우는 기폭장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1관의 안쪽 전시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Dialogue>라는 제목의 드로잉 4점은 그의 유명한 회화 연작 <Dialogue>를 연상시키는, 정신과 호흡을 극도로 통제하고 가다듬어야만 찍어 내릴 수 있는 커다란 '점'과 자연물을 묘사하는 듯한 제한된 수의 '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계항> 조각 앞에 섰을 때와 마찬가지로 의도적인 여백과 긴장감 있는 구성 앞에서 우리는 사색과 명상에 잠기게 된다. 이들 작품에서 이우환은 드로잉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이용해 극도로 제한된 표현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마치 조각이든 드로잉이든, 철판이든 하나의 선이든, 모두 세계와의 열린 대화로 초청하는 현상들의 파편일 뿐임을 역설하는 듯하다. 2관 2층에 전시되는 <Relatum - The Sound Cylinder>(1996/2023)는 강철로 만든 속이 텅 빈 묵직한 원통과 그에 기대어 놓인 돌로 구성되어 있다. 원통에는 5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밖으로 숲 속의 새들, 비와 천둥, 산속의 개울이 만드는 자연의 소리와 에밀레종의 종소리가 공명하듯 흘러나온다. 작가는 물질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인공물과 자연석의 개별적인 물성 그대로를 공간에 병치함으로써 그들 간의 관계가 발생시키는 파장을 관조하게끔 한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파장으로서 '울림'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공기와 같은 매질의 진동을 통해 전파되는 소리, 즉 음파의 성질과 일맥상통한다. 이렇듯 이 작품에는 실재하는 효과로서 두 가지의 다른 '울림'이 공존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 밖에도 2관 같은 공간에는 빈 캔버스와 돌이 마주 보고 있는 <Relatum - Seem(2009)>이 설치돼 있다. 전시장의 흰 벽면에 걸린 흰 캔버스는 언뜻 존 케이지의 <4분 33초(1952년 초연)>나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White Painting(1951)> 등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서구의 문제적 작품들이 각각 비음악, 비회화를 상징하며 전복 내지는 도발의 의미를 지니는 반면, 이우환이 보여주는 흰 캔버스와 그 앞에 놓인 돌에 깃든 침묵이나 물질적 현존에는 이 같은 완전하고 결연한 발언이 자리하지 않는다. 대신 작품은 조명이 어두운 환경 한가운데에서 다소 이질적이지만 생산적인 대화로 초대하는 '매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실재를 초월하는 대상과의 직접적이고 열린 대화를 통해 묵상하도록 유인한다. 따라서 그에게 작품은 복잡한 상호 관계가 벌어지고 신체가 그것을 지각하는 영역이자 장으로 압축된다. 작품 하나하나가 '무한'을 표현하고 있는 메타포인 만큼,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하나의 거대 서사이자 이론 그 자체인 이우환의 작품세계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제갤러리 서울, 무료전시 및 사전예약

국제갤러리는 2023년 4월 4일부터 5월 28일까지 이우환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2009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두 번째 전시이자,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 공간' 설립(2015)을 제외하면 국내 관람객들이 12년 만에 맞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사전예약을 꼭 해야 한다. 네이버예약에서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와 함께 예약가능하다. 1관의 2개 공간과 2관 2층, 그리고 정원에 걸쳐 전개되는 이번 전시는 이우환의 1980년대 작품부터 근작까지 아우르는 조각 6점과 드로잉 4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의 메인 무대를 장악하는 그의 조각들은, 그가 1956년에 일본으로 이주해 전위적인 미술운동인 모노하를 주도하기 시작했던 1968년과 동일한 연도에 처음 제작한 이래 오늘날까지 꾸준히 작업을 이어 온 <관계항(Relatum)> 연작의 연장선에 있다. 이우환은 무에서 시작하여 자기 자신의 표상으로서의 표현을 만들고 그것을 대상화하는 대신, 현실과 맞물리는 현상의 파편으로서의 작업을 보여주고, 타자 또는 세계와의 교류에 열려 있는 표현으로서의 작업을 만들어낸다. 이우환은 자신의 모든 조각들을 '관계항(relatum)'이라 제목 짓고 여기에 종종 부제를 붙이는데, 이때 부제는 가능한 연상을 도울 뿐 확고한 해석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규정지을 수 있는 '관계' 대신 관계를 맺고 있는 주체를 의미하는 '관계항'을 제목으로 선택한 데에는, 작품의 개별 요소들이 끊임없이 맥락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관계에 놓이도록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다. 자연을 상징하는 돌, 그리고 산업 사회를 대표하는 강철판 등 작업의 요소들과 함께 하나의 ‘관계항’으로서 작품 공간에 직접 개입하게 되는 관람객은 두 사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침묵 중에 진행되는 대화를 명상하듯 관찰하며 자아와 타자의 공생(co-presence)을 생각하게 된다. "돌은 시간의 덩어리다. 지구보다 오래된 것이다. 돌에서 추출된 것이 철판이다. 그러니까 돌과 철판은 서로 형제 관계인 것이다. 돌과 철판의 만남, 문명과 자연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암시하는 것이 내 작품의 발상이다." 이우환이 두 요소의 공생에 대해 위와 같이 소회 한 바, 그의 작품에는 공백이 있고, 공명이 있고, 상호 충돌하여 발생하는 에너지가 있다. 그리하여 내부와 외부가 교통 하는 가변성의 세계, 즉 '무한'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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